플레이 후기 - PS5 엘든 링

 

오랜만에 프롬소프트웨어 게임을 플레이했다.

다크소울 3을 한 게 2-3년 전 일 줄 알았는데 2016년 6월에 했던걸로 적어놨네.

그럼 무려 5년을 훌쩍 넘었다는 얘긴데 과연 내가 아직도 프롬의 소울라이크 게임을 할 수 있으려나?

그래도 궁금해서 발매일에 맞춰 PS5 디스크로 구입했다.


2009년에 나온 데몬즈 소울 때부터 다크 판타지 설정을 좋아해서 부지런히 플레이 했지만

매번 플레이에 상당한 초반 스트레스를 동반하다보니 이제는 무턱대고 덜컥 시작하는게 쉽진 않다.

시리즈 최초로 오픈월드 개념까지 들어갔다고 하니 레벨 보정까지 붙어서 얼마나 짜증이 날지 걱정이 앞섬.


PC버전까지 동시발매되고 마치 대중성 있는 게임처럼 보여 라이트 유저들도 많이 유입된 이번 작은

아니나 다를까 본격적인 첫 보스 멀기트부터 죽어나가는 유저들로 포럼이 시끌벅적했다.

 

나름 소울시리즈에 익숙하다고 자부하지만 첫 보스부터 어.. 이거 너무 어려운데..

옛날에도 이 정도였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오픈월드였다. 그래. 몹이 너무 세면 다른데 가보면 되는 거였지.


오픈 필드라고 명명된 시스템을 이해하니 그렇게 좌절스러울 정도는 아니었다.

기존 작품들이 진행 중 벽에 부딪쳤을 때 계속 죽어가며 패턴을 외우고 지름길을 확인한 뒤

다시 보스 앞에서 엄청나게 죽어가면서 근성을 발휘해야 했다면

엘든 링은 너무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다른 곳으로 가서 조금 할만한 곳을 모험하면 되고

레벨노가다도 비교적 쉬운 편이라 이 정도면 나름 친절한 부분이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잠깐 동안의 나의 행복 회로..)


 물론 하면 할수록 근력캐의 접근전이 불리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넓은 필드와 말을 이용한 빠른 기동이 가능함에도

악의적인 몹 배치와 종종 등장하는 보스급의 필드 몬스터, 그리고 던전마다 강력한 낙사유도등

플레이어를 죽이려는 제작사의 의도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가볍게 스트레스 푸는 용도로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좁은 공간이 아니더라도 몹 2명한테 둘러싸이는 순간 금방 죽어나가는 전통도 그대로.

 

그래도 던전 보스전이 아닌 이상 아니다 싶을때 도망치는게 가능한데 이게 기존 시리즈에 없는 나름의 장점이다.


큰 주제는 단순하지만 세부내용은 무척 난해한 게 소울 시리즈의 이야기인데 엘든 링에서도 마찬가지.

틈새의 세계를 유지하고 있던 엘든 링이 파괴된 후 그 파편을 가지고 몰락해버린 인물들을

하나하나 파괴해가면서 엘데의 왕이 되는 게 줄거리인데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 게임 내의 그 무엇도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


가끔 만나는 NPC가 툭 던지는 이야기와 필드에서 얻는 아이템의 설명을 읽어가면서

이야기의 진행을 끼워 맞춰 나가야 하는데 이걸 부지런히 신경 쓰지 않으면

어느 순간 목적성이 보이지 않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

매 시리즈도 그랬지만 이번 작은 여러 곳으로 동시에 갈 수 있는 오픈 필드다 보니

이야기와 진행의 난해함이 더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특히 퀘스트의 경우는 NPC에게서 직접적으로 의뢰를 받는 게 아니다 보니 공략을 보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많다. 

그냥 손가는 대로 플레이하다 보면 시간과 진행도에 따라 완료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특정 NPC의 이야기를 진행해야만 갈 수 있는 지역과 보스도 다수 있어서 모든 이야기를 다 경험하고 싶다면

필드를 아주 샅샅이 뒤져가면서 천천히 플레이하고 NPC도 신경 써야 한다.

필드에 그냥 만들어진 프랍 NPC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고 설마 여기 뭐가 있겠어하는 부분도 다 뒤져봐야..

그렇게 해도 공략을 약간 참조하지 않으면 놓치는 부분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당연히 회차 플레이를 유도하는데 과거에 이 정도로 필드 곳곳에 던전이든 뭐든 꼭꼭 배치해둔

게임이 있을까 싶을 정도.


다크 소울 3부터는 원경으로 보이는 배경이 아주 좋아지기 시작했는데

엘든 링은 ps5의 성능에 힘 입어 오픈월드의 넓고 아름다운 분위기에 더해

삭막함과 건축물의 압도적인 느낌이 한층 더 강해졌다.

이번 작은 스토리 보스들인 데미 갓의 분위기를 반영해 랜드마크인 황금나무를 중심으로 각 맵의

배경 분위기가 굉장히 차별되게 표현되었고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도 많았다.


전투와 관련해서는 일명 똥손이다 보니 매 시리즈마다 회피(구르기)와 패링보다는 방어를 확실히 하면서

경직을 포함한 강한 평타 공격을 지속적으로 넣는 타입이다.

그런데 기존 작품 대비 보스들이 전체적으로 움직임과 공격 패턴 둘다 상당히 빠른 편이라

뒤를 잡기는 커녕 물약 먹을 틈도 없이 죽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도 비교적 초반에 얻을 수 있는 무기들로도 적당히 속성 공격이나 경직을 줄 수 있고

대부분의 방패가 아주 쓸만했으며 중후반에는 다크소울 시리즈의 완전한 방호’ 수준의

최고 성능급 대형 방패 (지문석 방패)로 완전한 물리 가드도 가능했기 때문에

후반부터는 근접 방어 캐릭터로 상당히 편하게 싸울 수 있었다.

 

다른 스타일의 캐릭터를 하더라도 전투 난이도를 줄일수 있는 OP무기나 스킬도 있고

나로서는 여러모로 블러드 본 보다는 훨씬 수월한 느낌. ( 물론 만만하다는 얘기는 아니고 상대적으로.. )


처음부터 좀 천천히 즐기는 느낌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1회 차에서 상당수의 NPC 퀘스트를 해결했고

중후반부터의 어려울 때마다 약간씩 공략을 참조해서 180 레벨 160시간 정도에 플래티넘을 획득했다.

 

나조차도 플래티넘을 땄으니 프롬 게임중에서 플래티넘 자체는 좀 쉽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래도 소울 시리즈를 한 번도 안 해봤다면 다크소울 시리즈나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를 한번 해보고

엘든 링을 하면 좀 더 익숙하게 플레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프롬의 소울 시리즈 노하우가 집대성된 역대급 작품이고

킹스 필드부터 보더라도 최고의 다크판타지 게임이었다.

과연 이 정도 볼륨과 밸런스를 가진 게임을 또 만들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

3월 한 달 동안 아주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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