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후기 - PS5 사이버펑크 2077 ver 1.52

 

2020년 12월 출시했던 CDPR의 사이버펑크 2077을 이제야 플레이했다.

개발사의 자신감과 언론들의 찬양에 의해 세상 초월작이 나온 줄로 알았지만 

결과는 엄청난 PC 사양과 전무후무한 콘솔판 최적화 실패, CDPR이 장담했던 

고퀄의 인터렉션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고만고만한 FPS 게임이었다.

버그가 너무 심해서 콘솔로는 출시 당시 도저히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었고 급기야 환불사태와 더불어 출시 몇 달 뒤에는 패키지 타이틀이 

전부 반품이 되고 다운로드 구매마저 막혀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찍먹이나 해볼까 했지만 타이틀을 구할수가 없었던 상태.

 

그렇게 코로나 기간이 쭉 지난 후 핫픽스 1.5 업데이트(차세대기 업데이트)와 동시에

PSN 스토어에 재등록이 되면서 반값 세일을 진행하길래 이제서야 구입을 하게 되었다.

 위쳐 3만 봐도 출시후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완성이 되었고 애초에 CDPR은 PC, 콘솔 

동시 발매도 처음인지라 초기 완성도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왜 주류 언론들과 유저들이 이 개발사를 고평가 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게임에 관심이 컸던 이유는 21세기 들어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고

 한물 간 소재인 ‘사이버펑크’를 AAA 게임으로 구현한다는 기대때문이었다.

 ( 아무래도 8-9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취미가들은 대부분 블레이드 러너나 아키라,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 / 도미니온등을 통해서 사이버펑크에 대한 향수가 있을테니까 )


나도 찾아보고 알았는데 이 게임의 메인 설정은 와패니즈 문화가 히트쳤던 90년대 발매된 

보드게임 사이버펑크 2020’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이버펑크 자체가 일본의 막강한 산업과

 문화지배력에 대한 두려움이 묶인 장르이기 때문에 요즘 시점으로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일본뽕이 많다.


21세기를 사는 현시점에서 이 구시대의 소재를 CDPR이 새롭게 재해석해서 사이버펑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길 기대했었는데 그런 부분은 충족되지 못해서 아쉽다.


다만 스타일에 대한 불만은 개인적인 거고 일단 PS5로의 플레이는 상당히 좋았다.

간간히 버그가 남아 있고 그래픽도 하향 최적화되어 그리 대단한 건 없어 보이지만 

CDPR 답게 각종 퀘스트의 스토리텔링은 아주 흡입력 있고 요즘의 지루한 게임문화와 

타협하지 않은 폭력적인 내용 전개,  그리고 그에 걸맞은 욕설이 난무하는 한국어 풀 더빙은 

정말 신선했다. 더빙의 세련됨은 보더랜드3가 더 좋았지만 앞으로도 게임을 하면서 

사이버펑크 2077 같은 충격적인 더빙은 거의 없을꺼라고 본다.


민간 군수기업들이 법과 질서를 무력화시키고 사이버 섹스산업과 갱들의 

전쟁터가 되버린 도시 나이트시티가 게임의 배경이다.

약물과 과도한 사이버웨어로 사이코가 돼버린 범죄자들타인을 정신지배하는 것도 

모자라 네트워크상에 영혼을 가두고 조정하는 등 충격적인 내용이 비주얼과 함께 

각종 설정 문서, 욕설과 대사로 고스란히 표현되는데 전 세계에서 정치적 올바름과

 페미니즘을 들먹이며 게임의 디자인과 플레이를 제한하고 메시지를 강요하는 

짜증 나는 분위기와는 반대로 오랜만에 생생한 ‘날 것의 느낌을 제대로 내준다.

트라우마 팀 같은 민간의료서비스 설정을 보면서 이 비현실적인 게임의 설정들이

요즘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무섭게 반영하고 있어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멀티 엔딩으로 짜여 있어 여러번의 플레이를 할수 있긴 하지만 개발사가 그렇게 강조했던 

인물 간의 다양한 인터렉션과 선택 분기에 의한 플레이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다

메인 스토리는 개발사가 언급한 것 보다 훨씬 짧은 느낌인데 특히 초반부터 만나게 되는

재키와의 이야기는 상당히 많이 잘려나간 느낌이 든다.

그외 조니 실버핸드 , 로그같은 핵심인물들과의 이야기도 전체 플롯의 개연성을 위해서

 좀 더 길거나 다양했었으면 싶었다. 


그리고 나이트시티 자체가 별로 큰 느낌은 아니라 스토리와 관계가 없는 

사이드 퀘스트나 범죄 해결 자체도 그 양이 많진 않고 무기 개조나 전투 플레이도 

그렇게 파고 들 여지는 없는 것 같다.

대부분 리볼버와 샷건 플레이였지만 2회 차에서는 스마트무기와 근접 와이어 공격이 

상당히 재미있었다해킹 공격도 사이버펑크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괜찮았는데 

해커 스타일 캐릭터 자체는 내가 잠입을 별로 안 좋아해서 주력 캐릭터로는 못 키워봄. )


볼륨과는 별개로 메인 스토리 및 서브 퀘스트의 스토리텔링 자체는 재미가 있다.

게임의 BGM도 상당히 좋아서 별도로 찾아 듣고 있을 정도.

(마침 구독 중인 스포티파이에 오리지널 스코어가 다 올라와 있음)

 

일반적인 어드벤처타입 FPS로는 상당히 좋은 편인데 개발사가 왜 그렇게 지키지 못할 

스타일링과 인터랙티브요소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얘기했는지 모르겠다.


총 플레이 타임은 150시간 정도로 1회 차 노마드, 2회 차 기업 캐릭터로 플래티넘 획득.

뭔가 아직 할게 더 있을 것 같은데  맵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어서 나머지 부랑자 직군으로

다음 회차를 또 돌려야 하나 싶은 느낌이다.


아무튼 결론은 기대했던 것보다 상당히 재미있었다PS5로는 이제 할만하고 

최근 몇 년 동안 플레이한 게임 중에서 제법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위쳐 3의 훌륭한 확장팩을 생각하면 이 게임의 확장팩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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