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5] 파이널판타지 16

 

사실 파이널판타지는 97년에 출시한 7과  2020년에 나왔던 7 리메이크를

제외하곤 제대로 엔딩을 본적이 없다.

핑계를 대자면 6편까지는 소프트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서 못했고 

7편 이후에는 군대+서울상경과 취업 문제로 RPG 하나를 진득히 할 여유가 없었으며

조금 여유가 생겨서 13을 잡았을때는 이미 턴제 전투가 저물어가는 시점에

흥미진진한 실시간 액션 어드벤처게임들이 넘쳐나서

더 이상 매력있는 타이틀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제법 콘솔게임을 오래 한 편인데도 파이널판타지의 정식넘버링은 무척 오랜만이다.

7 리메이크도 전투가 크게 변했었지만 이번 판타지는 아예 액션RPG로 격변했다.



내가 인식하는 파이널판타지는 JRPG중에선 서사가 좋은 편에 속했는데

이번 작도 초반부터 중세 드라마를 보는듯한 몰입감을 보여준다.

플롯에서 왕좌의 게임을 참고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초중반까지 중세 국가들의 군상극을 보는듯한 느낌이 제법 흥미롭다.

아. 나는 왠만하면 원작의 뉘앙스를 위해서 더빙이 있는 경우 

개발사의 해당국가 언어로 듣는 편인데 이번 파판은 영어가 베이스니

영어더빙을 추천한다. 연출씬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


등장인물들의 인과관계가 밝혀지는 중반 이후부터는 

전개가 급하다는 생각이 들고 이야기에 살집이 없어 약간 아쉬운데

아마도 볼륨감이 있는 오픈월드 타잎의 RPG보다는 주인공의 서사를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풀어내는 어드벤처에 가까워서 그런거라 생각된다.




주인공이 동료를 찾고 성장하며 모험을 하는 일반적인 RPG와는 다르게

이번 파판은 주인공 클라이드가 대부분의 미션을 혼자 클리어하는 형식이다.

전투와 액션도 그렇지만 커다란 칼을 등여맨 주인공 한명만을 플레이하는것에서

사람들이 왜 데빌메이크라이를 얘기했는지도 알겠다.

심지어 단테가 생각나는 스킬도 있다.



전투는 편하기도 하고 적당히 재미있는데 콤보사용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고

수동조작이 어렵다면 회피와 콤보를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오토아이템이 있어서

적절히 버튼을 눌러주는 것만으로 굉장히 화려한 연속공격이 들어간다.

그리고 초반부터 소환수로의 변신전투도 빈번하게 나오는데

연출이 엄청나게 화려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7 리메이크는 배경리소스에 대한 할당량이 적어서 저품질로 욕을 많이 먹었지만

이번에는 캐릭터 말고 배경도 상당히 좋다.

필드를 돌아다니는 중간중간 카메라에 잡히는 풍경이 마치 연출을 노리기라도 한듯

아주 멋지게 잡힌다.


그래서 이야기도 좋고 전투도 재미있고 그래픽도 끝내주는 게임이라

완벽하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닌것 같다.

뭐랄까...큰 메인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력은 있는데 RPG로서의 게임 구성은 

상당히 심심하다.  메타크리틱 80점 초반이 이해되는 부분.


우선은 아주 선형적인 메인 스토리는 논외에 두더라도

여러 리소스가 아까울 정도로 모험이라고 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 

서브퀘스트는 그 어떤 RPG보다 단순해서 NPC들의 설정이나 세계관을 약간 더

볼수 있는 것외에 거의 의미가 없는데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도 

그렇긴 했지만 이쪽이 더 심하다

무기를 만들거나 복장을 업그레이드 하는것도 스토리만큼이나 선형적이라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선택의 여지도 필요없고 네임드 몬스터를 잡는 것도 

약간의 무기제작 재료를 획득하는 것 외엔 의미가 없다.


전투의 경우는 플레이할때의 액션감은 좋지만 캐릭터가 도미넌트를 잡고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는 것 외에 육성이라는 감각이 전혀 없어서

내 캐릭터가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도 주인공 뿐인데 스킬트리도 자연스레 다 찍게 되면서

제일 강한 스킬 몇개를 조합해서 싸우다 보면 매번 전투가 고만고만한 기분이 든다.

물론 애초에 전투 리소스도 '액션'과 '연출'에 대부분 할당했기 때문에

이건 그냥 내 취향상의 단점이기는 하다.

밸런스 측면에서도 조금 미묘하다. 화려한 연출과 쉬운 플레이를 위해서는

오토전투 아이템을 쓰면 되는데 조금 더 깊이 있게 플레이하겠다고 

완전 수동전투로 돌리면 후반에는 손가락이 남아나질 않을 정도로 피곤해진다.


16의 전투가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실시간 스타일의 전투 액션은 

최근 이스시리즈와 테일즈시리즈가 역시 ARPG짬이 있어서 그런지

여러 캐릭터를 쓰면서도 상당히 쾌감이 있었다.

파판도 7 리메이크의 좋은 선례가 있으니 더 발전할 여지가 있을듯.


그 외에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해도 필드가 확장되는 느낌이 적다던지

흥미진진했던 도미넌트와의 싸움이 끝나는 중후반이 되면

이제 빨리 끝판대장 잡으러 가라고 등떠미는 느낌이 든다는 것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이널판타지는 말 그대로 '보는 재미'과 쾌적한 전투에 

리소스를 집중했고 나름의 성공적 테스트를 했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항상 느끼는거지만 스퀘어의 RPG는 뭔가 아련한 여운이 있다.

이번 게임도 조금 재미없는 요소를 참고 플레이한게 잘했다 싶을 정도로

엔딩을 봤을때 여운이 상당했다.


빌드업을 빠르게 가져가 단숨에 몰아쳐서 깔끔하게 결론을 내는 RPG는 참 오랜만이다.

정말 한편의 영화같은 파이널판타지였다.



여담 - 요즘 일제강점기를 연상케 할 정도의 시국이라 일본게임에 대한 나름의

경계가 굉장히 강해지고 있는데 파이날판타지 16은 최근에 한 어떤 게임보다도

보편적인 정의에 대한 의지와 결론이 명확한 게임이었다.

이 파이널판타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자유와 평등에 대한 주제를

앞으로도 스퀘어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런 멋진 이야기를 내놓고도 현실에서는 극우의 태도를 보인다면 

결국은 게임은 놀이일뿐인 같잖은 거짓부렁 판타지밖에 되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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