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사용기] 벨칸토 E1X 인티앰프

 

오랜만에 새 앰프를 들였다. 말이 오랜만이지 무려 8년만이다.

원래 생각하고 있던 앰프는 아닌데 내가 요즘 지향하는 방향과

맞는 부분이 있어서 중고매물을 집어왔다.

2020년에 국내 출시한 벨칸토의 인티앰프 E1X.


AI700U에 오랫동안 정착해서 잘 쓰고 있지만

혹시나 다음에 앰프를 바꾼다면 몇가지 필수 희망사항이 있었다.

1. 저음량에서부터 미세조절이 되는 볼륨과 넓은 게인

2. 중음에 살집이 좀 붙으면 좋겠다.

3. 해상도는 유지하되 고음역이 차갑거나 거칠지 않은 음색

4. AV리시버와의 연동을 위한 바이패스 기능


1번 사항을 만족하려면 제법 고급앰프로 가야하고 2번과 3번을 만족하려면

클래스D 앰프로는 일반적으로 힘들다고들 한다.

이 사항들을 만족하면서 약간 예산을 올리면 심오디오의 600i v2가

제일 가까울것 같은데 2년전쯤인가 심오디오의 수입사가 바뀌면서 

600i v2 신품가격이 크게 오른데다가 중고도 구하기 힘든 덕에 잊고 지냈다. 

아무리 v2라도 심오디오600i가 그렇게까지 선호되던 앰프였었나 싶을 정도.

그러다가 장터에 벨칸토의 E1X 인티가 나왔는데 벨칸토는 하이엔드 브랜드라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었지만 E1X는 좀 노려볼만한 가격이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업어오게 되었다.


아이스파워 앰프를 오래쓰다 보니 클래스D 앰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E1X에는 하이펙스 NCore 스테레오 모듈이 들어가 있는데 안 그래도 한번 써보고 싶던 

증폭 모듈이라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구입필수 사항은 아니었지만 올인원 앰프다.

벨칸토의 상급 인티앰프인 블랙 EX의 기능을 다 가져온듯 한데 

버브라운 칩을 사용한 DAC에 네트워크 기능과 Tilt, Base EQ 옵션이 그대로 다 있다.

각종 광출력에 아날로그 라인은 홈시어터 바이패스 설정이 가능하고 서브우퍼 아웃라인 단자도 있다.

이게 언듯보면 요즘 네트워크 앰프에 다 있는것 같지만 DAC와 네트워크 기능,

파워로 쓸수 있는 바이패스 기능이 같이 있는 앰프는 의외로 많이 없다.

DAC도 요즘은 대부분 ESS나 AKM인데 버브라운을 고집한다는 것은 제작사가 사운드튜닝에

굉장히 자신이 있고 부드럽고 투명한 사운드를 지향한다는 걸 알수 있다.

그외 절곡판의 케이스는 단단하면서도 높이가 낮고 심플해서 선호하지 않는 검정색임에도 

무척 세련된 느낌이 드는데 무게는 많이 가벼워서 케이블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느낌은 약간 아쉬움.


휴가 5일을 포함해 10여일을 부지런히 들어봤는데 무색무취일꺼라고 

예상하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특징이 있는 좀 재미있는 앰프다.

다른 분들의 감상평을 보면 좀 'warm'하다고 하는데 요즘 앰프들이

너나 할것 없이 워낙 쿨앤클리어를 지향하니 더 그렇게 들릴수 있겠다.

나야 최근까지 써온 스텔로 AI700U와 비교할수 밖에 없는데 

같은 클래스D 앰프인데도 특징이 상당히 다르다.


AI700U는 워낙에 고음의 뻗침이 강하다보니 청량음료를 들이키는 기분인데

상대적으로 E1X의 고음역이 좀 심심하게 들릴수밖에 없다.

대신 모든 음역대가 두께감이 있고 힘이 차 있어 음악이 굵직하게 들린다.

특히 중음의 특징때문에 밴드음악에서 보컬이 연주 뒤에 있지 않고 밴드와 일직선상에

있는 느낌이 강하고 그로인해 홈오디오의 세련된 입체감보다 

뭔가 작은 펍에서 바로 코앞의 라이브를 듣는 기분이 난다.


저음의 경우는 의외로 탄력감이 대단하다. 부스트되어있고 굉장히 낮게까지 떨어지는

AI700U보다도 탄력감에서 우위다. 저음이 굵게 표현되면서도 부밍은 거의 없다.

통제력도 좋으면서 팽팽하게 조여있는 기분이다.

그러다 보니 댄스음악이나 비트있는 팝음악 재생에 상당한 강점이 있었다.


단점이라면 위에 서술한것처럼 모든 음이 굵게 표현되다 보니 내가 자주 듣는 

인스트루멘틀 일렉기타의 가늘고 높게 치솟는 감각이나 섬세함이 많이 빠져버렸다. 

맑고 해상도도 좋지만 아주 여리게 표현되어야 할때도 두께감이 있다고 해야 할까.

조 세트리아니의 앨범이 좀 재미가 없어졌다.

예상 해보기론 찰현악기중에서도 바이올린 표현에는 쾌감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고음의 피치가 다듬어지고 스피드감이 살짝 줄면서 상당히 단정한 소리를 내는데 

그만큼 락, 메탈음악의 거칠게 내지르는 느낌도 줄어서

4312와는 다르게 말끔한 소리를 내는 내 4319와 합쳐져 그야말로 모범생이 되버린 기분이다.

하지만 장점도 있는데 단정하게 듣는 락음악이 무슨 재미가 있냐 할수 있지만 

그동안 집에서 한두곡 제대로 듣는게 힘들었던 꺼끌꺼끌한 그런지락이라던지

쓰래쉬 메탈음악이 펀치감은 그대로 살리면서 듣기 좋게 변한 경우다.

Foo Fighters의 The Pretender같은 곡은 그동안 홈오디오로 듣기엔 너무 거칠어서

편안하게 듣질 못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집에서 스피커로 다 들었다. 


볼륨 레버는 블랙 EX와 e.one 인티에서 보던 것과 같은 것으로

상당히 부드럽고 미세조정이 가능하다.

총 볼륨스탭은 기본이 85인데 프로그래밍 옵션에서 max 100까지 설정할수 있고

100스탭 기준으로 40정도까지는 저음량스탭이라고 할수 있다.

8옴 180W짜리 앰프치곤 볼륨을 많이 먹지만 볼륨을 올려도 소란스럽지 않은게 큰 장점이다.

이 부분은 앞서 사용하던 앰프들과 큰 차이가 있는데 AI700U의 경우 

크게 들으면 들을수록 넓은 스테이징과 함께 음악듣는 쾌감이 확실하지만

오랜 시간 듣기에 부담스럽고 피곤한 기분이 드는게 사실이다. 

사실 작은 공간에서 편하게 쓸수 있는 앰프는 아니고 의외로 최신의 중급기 앰프들이

뛰어난 해상도과 스피드감때문에 이런 특성이 있는 경우가 제법 많다.

반대로 E1X는 위에 언급한대로 볼륨을 많이 올려들어도 고음역대가 요란하지 않아 좋다.

저음이 부담된다면 Base EQ로 조정도 된다.


옵션을 좀 더 얘기해보자면 Tilt 기능은 내가 그동안 알던 EQ랑은 상당히 틀리다.

단순히 고음역과 저음역을 깍거나 더하는 일반적인 EQ랑은 다르게

음상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느낌이 들며 한단만 변경해도 그 체감이 큰편이다.

나의 경우 처음에 고음역대를 좀 살리기 위해 -1로 내려서 사용해봤는데

노래의 무게감이 줄고 밝고 가벼워지는 느낌이 제법 크게 느껴졌다.

현재는 Tilt는 0에 두고 Base EQ만 -1이나 -2정도로 쓰고 있다.


그리고 사진에 있는 리모콘은 버튼감이 상당히 미세하다. 무심코 볼륨버튼을 누르면 

2-3단씩 확 내려가서 아주 살짝 그러면서도 빠르게 눌러줘야 1단씩 조정이 된다.



올인원 인티를 바란건 아니라서 네트워크 기능은 큰 기대를 안했는데 편의성이 상당히 좋다.

 국산회사 컨버스디지털의 네트워크 모듈을 달고 있고 역시 동사의 mconnect control app과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벨칸토 전용의 seek앱을 사용하는데 이 앱의 성능과 속도가 대박이다. 

 NAS와의 연결속도도 아주 빠르고 스포티파이 커넥트 연결도 앞서 사용했던 

린데만 뮤직북소스나 오렌더보다도 빠르고 쾌적하다.

안그래도 요즘 집에서 스포티파이를 사용하는 빈도가 아주 커졌는데 오렌더가

찬밥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물론 오렌더는 무손실 파일 재생용 뮤직서버로 이용중이고

멜론과 벅스 스트리밍에 에어플레이까지 다 되니까 방출생각은 없지만 

E1X와 seek앱이 속도도 괜찮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가볍게 사용하기는 더 좋다.

DLNA의 접속수준은 어느정도인지 모르겠지만 mconnect control app을 생각해보면

벅스 스트리밍을 DLNA로 플레이 하는것도 상당히 쾌적할꺼라고 예상된다.


오랫동안 사용중이던 에이프릴 뮤직 스텔로 AI700U

물론 새 앰프를 들이면서 장점만 있는건 아니다.

위에 언급한것 처럼 그동안 사용하던 AI700U는 워낙 고음, 저음의 뻗침이 좋은 앰프고

요즘의 최신 클래스D 앰프들은 다들 선명하고 힘이 넘치는 소리를 내주다보니

집중감상형으로 E1X를 평가하면 다소 심심할수 있고 쾌감이 없다시피한 앰프가 맞다.

넓은 다이내믹스와 쿨앤클리어를 지향하는 사람에게는 답답할수도 있다.

AV리시버의 파워앰프로 비교하면 AI700U는 가격을 떠나 홈시어터에서 굉장한

성능을 보여주는 듀얼모노 파워앰프인데 E1X는 아무래도 그보다 부족하다.

그리고 내 야마하 AV리시버로 YPAO 설정을 해보니 위상이 자꾸 반대로 나오는 경고가

뜨고 볼륨레벨도 많이 먹는 셋팅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클래스D 앰프임에도 중고음에서 거친 느낌이 일체 없이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남성스러운 굵직한 표현과 듀얼모노가 아님에도 출중한 저음 구동력,

공간을 가리지 않는 셋팅의 자유로움, 

심플하면서도 월등한 편의성을 가진 좋은 앰프라고 생각된다.

특정 장르의 음악적 쾌감은 조금 적을지 몰라도 카페에서 BGM 틀듯이 

무슨 음악이든 몇시간이든 편하게 들을수 있는 앰프다. 

그러면서도 늘어지거나 풀어지는 감 없이 명징하다.

이 앰프의 중고가격대에선 신품,중고 할것 없이 전쟁터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있는 인티앰프들이 즐비하지만 외관과는 다르게 

트랜드에 치우지지 않고 오랫동안 운용할수 있는 앰프라는 생각이 든다.



여담 - 너무 심심한 앰프는 아닐까 하고 좀 우려하면서 들여봤는데

내 생각보다 조금 재미있는 성향도 있고 피곤하지 않은 앰프라

요즘은 집에 가자마자 음악부터 틀어놓는다.

그리고 볼륨레버 돌리는 감각이 좋다. 네임 올인원시리즈 레버같은 느낌이다.

(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매물만 있었다면 블랙 EX 인티가 

섀시가 더 고급스러워서 그걸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