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사용기] 심오디오 문 에볼루션 700i v2

 

최근 앰프 바꿈질 병이 도졌는데 때마침 마크레빈슨 5805가 엄청난

기간할일을 하고 중고장터에는 심오디오 700i v2가 두어대 보인다.

5805의 신품할인 가격이 무척 좋지만 심오디오는 예전부터 동경하던 앰프라

마음에 안들면 바로 방출하자는 생각으로 중고장터에서 업어왔다.

무게가 28kg인데 체감무게가 엄청나다. 오랜만에 끙끙대면서 중고거래.


검정색과 실버의 투톤 디자인이 아주 세련되어 보인다. 

스펙상으로 내가 그동안 원하던 모든 부분을 만족시키고 있는데 

괜찮은 디자인, 좋은 전원부와 듀얼모노 구조, 파워앰프로 쓸수 있는 

바이패스 기능, 미세볼륨 조정이 가능한 섬세한 볼륨단과 레버등 만듬새가 아주 좋다.

특히 볼륨레버의 감각과 미세조정은 여태 쓰던 앰프들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름.


음악을 듣기전에 바이패스 설정을 해서 AV리시버와 연결해 테스트를 해보니 역시나

굉장히 파워성능을 보인다. 리시버에 연결된 PS5로 게임을 하는데 프론트채널로 나오는

 소리의 울림과 무게감이 엄청나게 좋아졌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듣는데 오랜만에 AB클래스 앰프라 그런지 잔향감이 제법 생겼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곡들이 굉장히 풍성해졌고 우려하던 고음의 쏘는 느낌도 

별로 느낄수 없었다. 이때까지는 아주 좋았는데..


단점은 의외로 베이스가 강한 곡을 들을 때 나타났다.

좋아하는 디스코풍의 팝음악을 몇 곡 틀어보니 중저음이 탄력이 지나치게 강하다.

12인치 우퍼의 내 스피커가 마치 북쉘프가 된 것 같이 중저음의 밀도가 상당히 두텁고

스피커가 작게 느껴질 정도로 떵떵거리는 느낌이 난다.

이건 좀 쎈데 라는 생각이 들어 자주 듣는 EDM를 틀어보니 역시나 집안의 공기가

쾅쾅 울려서 순간 이웃에 민폐다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 상황이 아주 큰 볼륨이 아닌데도 그렇다는 거지.

메탈리카의 블랙앨범 곡들은 괜찮은데 미카의 댄스 넘버는 집이 울린다.


저음의 양이 많아져서 풍성해진 건 좋은데 저음과 중저음을 너무 강하게 조여서 그런지

제법 부담스럽다. 사용중인 스피커의 음압 레벨이 92db로 능율이 좋아서

매칭이 안 맞는 이유도 있으려나.


이것 참 난감하다. 이렇게 보기좋고 기능도 만족스러운 앰프가 소리가 부담이 되다니..

그래도 바로 내치는건 아깝고해서 보름정도 벨칸토 e1x 인티와 번갈아가며 들어보기로 한다.


보름동안 청음한 결과 아깝지만 700i v2를 방출하기로 했다.

700i v2가 좋은 파워부를 갖춘 앰프는 맞는데 내가 이제는 부드럽고 단정한 소리에

익숙해졌는지 e1x인티가 볼륨을 올려도 부담이 없고 저음의 탄력도 좀 더 자연스럽다. 

고음은 상대적으로 약간 심심하지만 내가 듣는 대부분의 장르에서 크게 튀는 점은 없다.

700i v2는 낮은 음량에서도 풍성하게 잔향감 있는 소리를 내주고 볼륨을 올리면 굉장한

스케일감을 보여줬지만 내가 자주 듣는 댄스 팝이나 록음악의 중저음은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왠만하면 이 잘생기고 힘 좋은 앰프를 가지고 가고 싶은데  우리집 작은 거실과

내 스피커와의 매칭에서 아무래도 과유불급이라는 느낌이다.

 700i v2 정도면 인티앰프  끝판왕급이니까 강하면서도 편안한 잡식성 리스닝이 

가능한 앰프인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이래저래 아쉬운 사용기였는데 돈이 급한 것도 아니었으니 몇달 더 들어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내 보내고 나서도 뭔가 아쉬운 기분이 계속 든다.

기회가 되는대로 조금 덜 강하다는 600i v2도 구해서 들어보는 걸 생각하고 있다. 

기본적인 성향은 비슷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