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콘솔쪽에서 제법 핫한 게임이었던 스텔라 블레이드.
몇 년전에 시프트업에서 이브 프로젝트로 짧은 시네마틱이 공개되었을때
이거 니어 오토마타에 뽕맞아서 시작한거 같은데 하고 웃어넘겼지만
최종적으로 나온 결과물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액션게임이었다.
인류가 지구밖으로 밀려난 우주시대 - 의문의 생명체들에게서 지구를 탈환하기 위해
칼로 무장한 여자병사들이 지구로 강하한다는 중2병스러운 시작은 누가봐도
니어:오토마타의 벤치마킹이다. 하지만 독특한 스토리 전개를 하는 니어: 오토마타에 비해
심플하게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었음에도 크게 유치하지 않고 어려움과 쉬움 그 중간쯤에
절묘하게 맞춘 전투시스템 덕분에 게임이 진중하게 느껴진다.
물론 일본 서브컬처에 자주 나오는 중2병스러운 요소가 아예 없진 않다.
적절한 난이도라고 했지만 전투는 노멀기준으로 잡몹들도 데미지가 강하고
회피타이밍이 어려워서 부담없이 편하게 할수 있는 액션게임은 아니다.
보통 소울라이크 게임들이 중반이 되면 사기급의 스킬이나 무기가 나오는데
그런게 딱히 없기때문에 어느정도의 숙련도는 익혀야한다.
특히 초반에는 전투동작이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전투관련
업그레이드 요소가 다양한 편이라 빌드업이 어느정도 이뤄지고 나면
그후부턴 빠르고 연속성이 갖춘 공격이 가능해서 훨씬 수월함.
화제가 된 주인공 캐릭터는 모델링된 바디의 비율이나 강한 광택감의 쉐이딩 덕분에
김형태 AD의 특징인 섹시한 미형 캐릭터가 잘 표현되어 있다.
얼굴은 양산형 아이돌같은 느낌이 들어서 조금 어색했지만 악세서리나
헤어변경등으로 어느정도 이미지를 고치는것도 가능.
해외매체를 포함해 많은 언론에서 성적인 여성캐릭터에 대한 혹평이 많던데
원래 김형태 AD가 개성있게 섹슈얼리티를 묘사하던 일러스트였고
본인의 특징과 철학이 이번 게임에 잘 투영되었다고 본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꼭 야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호떡같은 캐릭터로
게임하고 싶은 유저가 있을까?
캐릭터와 전투시스템외에도 배경그래픽, 심플한 UI, 이펙트, 캐릭터 모션등
전체적으로 다 보기좋으면서도 최적화도 잘돼서 상당히 쾌적한 느낌이다.
텍스처의 저품질등 고쳐야 할 사항들이 보이지만
대충 사양높여 만들고 나중에 대규모 업데이트 이런 느낌은 아니라서 좋다.
예쁘면서도 김형태 AD의 스타일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던 NPC 릴리.
캐릭터 얘기를 좀 더 하자면 개인적으론 모델링보다도 모션이 상당히 좋았는데
2단점프나 후방 연속회피 모션은 아크로바틱한 느낌으로 베요네타가 연상된다.
캠프에서 휴식을 취할 때 연출대사와
함께 종종 다리를 꼬는것도 무척 예쁘다.
그와 반대로 복장은 해금이 될수록 조금 아쉽다. 캐릭터의 기본 비율과 쉐이딩은
무척 예쁘지만 계속 등장하는 새로운 복장들은
의외로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노출도가 높거나 디테일은 복잡하게 들어가 있는데 이브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복장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매번 입던 것만 입게 된다.
몇몇 복장은 볼륨감의 강조때문인지 기본 슬랜더 몸매보다 하체를 많이 굵게
만들었던데 이건 되려 둔해보이는 느낌도 들고.
이건 내가 캐릭터모델러 출신이라 단점이 잘 보이는것도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웠던건 게임내에 구지 필요 없어보이는 일본어 그래픽 폰트가
많다는거다. 폰트외에도 일본향 느낌이 물씬 풍기는 벚꽃 배경의 보스전이라던지
일본 무장이 연상되는 호위무사 NPC도 제법 눈에 거슬렸다.
사이버 펑크나 세키로 같은 시대극의 경우는 와패니즈가 개연성이 있겠지만
SF 슈트에 구지 일본어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이유는 모르겠다.
(시프트업의 게임들이 일본시장에서 굉장히 성적이 좋아서 그쪽 로컬을
고려했다면 차라리 이해가 될듯.)
개인적인 단점을 얘기하긴 했지만 근래 나온 왠만한 대작 액션 어드벤처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괜찮은 게임이었다.
메인 스토리를 포함해 전체 콘텐츠가 좀 적은데 서브 퀘스트가 그 부족함을
적당히 매워주고 있고 중견제작사의 개발규모를 고려했을때 중요 캐릭터와
전투시스템에 리소스를 할당한 소위 선택과 집중을 잘 한 케이스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주인공 캐릭터가 예쁘다보니 보는 맛이 있어 플레이가 훨씬 덜 지루했다.
엔딩을 볼때까지 58시간 정도. 65시간째에 플래티넘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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