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우 나이트 : 실크송 PS5 플레이 - 아주 맵고 맛있는 요리

 

9월 4일에 다운로드 출시된 인디게임 할로우 나이트의 후속작 : 실크송.

팬들이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 출시일 당일에 스팀을 비롯한 대부분의

플랫폼 서버들이 일시적으로 폭파되었는데 나도 할로우 나이트를

재미있게 하긴 했지만 찐팬들이 정말 많긴 많은가보다.


어쨌든 나도 메트로배니아를 좋아하는지라 나오자마자 구입했는데

출시 첫날부터 불쾌할 정도로 어렵다라는 비평이 쏟아져 나왔다.


할로우 나이트의 조연이자 보스중 하나였던 호넷이 어딘가로 납치되던 중

우연히 탈출하게 되고 자신을 납치할려고 했던 존재를 쫓아 팔룸이라는

고대 곤충왕국을 탐험하는게 이야기의 골자.


초반에 스승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중인 NPC 샤크라를 통해 각 구역의 지도를 

살수 있는데 지도없이 여기저기를 해매다가 샤크라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전작보다 점프액션의 구간이 많고 각종 데미지가

다단히트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에너지칸이 금방 너덜너덜해졌다.

매우 흥미진진한 모험이지만 가혹하다.


전반적으로 파쿠르와 몬스터들의 배치가 전작보다 훨씬 악의적이다.

거기에 초중반 대부분의 보스들이 악랄한 패턴은 물론 

부하몬스터를 소환하는 일이 빈번해 난이도를 한껏 올려준다.

세이브 의자에서 보스방까지 가는 경로도 힘든 경우가 많아서

게임에 익숙해지기 전의 난이도는 한마디로 끔찍한 수준.


게임은 크게 1장과 2장으로 구역이 나뉘어져 있고 스페셜 챕터로 3장이 있는데

호넷의 주무기인 바늘을 강화할수 있는 시점이 2장 중반은 되어야 해서 

꽤나 많은 지역과 보스를 순수하게 내 피지컬로 통과해야했다. 

캐릭터보다 내 손이 먼저 단련되어야한다는 점에서 마치 엄청난 난이도의 

고전 원코인 아케이드게임을 하는 기분.

센스는 부족해도 어지간한 게임들은 꾸역꾸역 근성으로 파훼하는 편인데

1장 마지막 보스인 마지막 심판자를 찾은 시점에서 

실로 오랜만에 게임을 접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단순히 어렵기만 했다면 이 게임이 호평받을 이유가 없다.

여전히 어둡고도 매혹적인 분위기에 메인 스토리는 단순명료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무엇보다 게임내의 인물들이 상당히 매력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NPC들을 얼마나 만나는지 숨겨진 장소를 얼마나 찾아내는지에 따라 전체 이야기의 

볼륨이 달라지고 기본적으로 전체 맵이 매우 유기적으로 맞물려있어

이 시리즈가 뛰어난 메트로배니아 게임임이 다시금 증명된다.


게임디자인, 캐릭터와 모션, UI/이펙트등의 각종 그래픽, 사운드등 

어느 것 하나도 뺄것 없이 매우 깔끔하고 완성도 높게 만들어져 있다.

소규모 인디게임팀인 팀 체리가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만든 결과물은

AAA 게임과는 또 다르게 매우 훌륭하다.


게임중에는 공략을 잘 보지 않는 주의지만 실크송은 2장부터 공략을 약간 참고했다.

물론 공략을 봐도 꼼수라는게 별로 없어서 결국 보스전이나 파쿠르는 

내가 잘 해야하지만 시행착오는 좀 줄일수 있었다. (유튜브 비루TV 참고)

시간제한이 있는 페이산지를 처음 올라갈때 어찌나 어렵던지.


특히 이 게임은 점프후 아래방향 + 공격으로 사물을 쳐서 튀어 올라가는게

정확해야 하는데 듀얼센스의 아날로그 스틱은 아래방향과 대각선아래방향의

입력구분이 미묘해서 상당히 성가셨다.

물론 파쿠르, 플랫포머의 난이도로 치면 전작의 고통의 길 같은 경우가 훨씬

길고 어렵겠지만 그 콘텐츠는 사실상 고난이도 매니아들을 위한 옵션이다.

실크송은 게임 진행을 위해 한번쯤 가봐야할만한 평범한 구간들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게임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듯 하다.


어쨌든 페이산지라던지 카라크의 모래밭 , 요람 위의 파쿠르등 

온몸을 비틀어 플레이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꾸역꾸역 진행했는데

의외로 이 게임 최악의 맵으로 꼽히는 담즙같은 경우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플라스미움 과부하 방법으로 비교적 쉽게 통과하기도 했다.

담즙의 늪은 1장에서 갈수 있는 구역이지만 난이도가 지나칠 정도로 높기때문에

2장에서 이단점프, 갈고리등 많은 도구를 다 갖춘 후 가는걸 추천한다.




2장 중후반쯤되면 게임내 캐릭터들의 전체적인 서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어지고 캐릭터의 빌드업과 함께 게임의 패턴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덕분에 좀 할만하다는생각이 든다. 

물론 이 게임은 1장부터 3장까지 쉬운거 하나없이 죄다 어렵지만 이때부터는 

괴로운것보다 게임이 상당히 재미있고 여러모로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느꼈다.

각각의 보스전은 저마다의 서사가 있고 트로비오와 스카르싱어 카르멜리타 전은

특히 BGM이 매우 인상적이고 아름다웠다.

NPC들도 샤크라, 가몬드, 옥의 왕자등등 작은 이야기 하나하나에 여운이 가득하다.


프롬소프트웨어의 소울게임들은 보스까지의 경로가 어려워도 의외로 보스전은 

싱거운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실크송은 경로부터 보스전까지 쉬운게 없었던것 같다.

황야날개, 과부, 마지막 심판등등 몇시간을 도전했는지 모르겠다.

내 센스가 무딘것도 있겠지만 마지막 보스 마저도 6시간 넘게 도전한 끝에 

잡았는데 나도 모르게 탄식과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전작 할로우 나이트 :공허의 기사는 플레이 타임 50시간 남짓.

실크송은 1회차에 무려 110시간이 체크되었고 PS앱에는 126시간이 찍혔다.


스피드런이 있어서 나로서는 플래티넘은 힘들것 같지만 어쨌든 

매우 어렵고도 그만큼 극복했을때의 쾌감이 엄청난 게임이었다.

(후기에 어렵다를 이렇게 반복적으로 쓴 게임은 처음인듯.)

전작과 마찬가지로 실크송도 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될 명작이 될듯하다.

이런 게임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즐기게 해준 팀 체리에게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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